문학

오늘의 시 - 시인 정호승

강안개 이대희 2019. 3. 4. 11:57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루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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