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즈 잠, 라이너 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의 시 (0) | 2019.08.01 |
---|---|
그 사람을 가졌는가? (0) | 2019.04.20 |
오늘의 시 --- 시인 박목월 (0) | 2019.04.19 |
젊은날의 습작 시 (0) | 2019.04.18 |
오늘의 시 - 시인 정호승 (0) | 2019.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