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와 함께

강안개 이대희 2010. 3. 8. 00:20

 

휴 전 선 / 박봉우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한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전남대학 선배님이기도한 박봉우님을 문단에 등단시켰던 시 '휴전선'입니다.

대학시절 님의 시 '석상의 노래'를 자주 암송하곤했었는데...

이제 고인이되신 님을 그리며 소중한 시를 가끔씩 꺼내 읽으렵니다...

 

 

 

 

 

저가 공부하는 곳입니다

This is my studying room.

이곳에서 영어공부하고,

Here I study English,

글쓰고,

write,

시도읽고,

read poems,

차도 마시고,

have tea,

명상도하고,

meditate,

메일도 읽고 보내고,

read and write e-mails

나의 소중한 공간입니다...

This is valuable space...

 

 

 

참 회 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사무실 정면 사진

Front Photo of My Office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냇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르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저녁 무렵 /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 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도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수업하는 교실

Teaching Classroom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복도

Corridor

 

 

 

 

행복 / 김남조

 

새와 나,

겨울 나무와 나,

저문날의

만설과 나,

내가 새를 사랑하면

새는 행복할까

나무를 사랑하면

나무는 행복할까

눈은 행복할까

새는 새와 사랑하고

나무는 나무와 사랑하며

눈송이의 오누이도

서로 사랑한다면

정녕 행복하여라

그렇듯이

상한 마음 갈피갈피

속살에 품어주며

그대와 나도 사랑한다면

문득 하느님의 손풍금소리를

들을지 몰라

보석의 귀를

가질지 몰라

 

 

 

 

 

 

체력 단련실

Physical Training Room

 

 

 

 

 

 

 눈내린 날 동네 한바퀴 2010년 3월 10일

Driving around my living area on the snowy day, March 10th, 2010

 

 

정토사에서 바라본 울산 대공원

Ulsan Central Park viewed from Jeongto Temple

 

 

 

 

인연 / 법정스님

 

진심 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 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 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 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평생을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하시며 살다가

Having lived a real non-possesing life for his whole life,

얼마전에 입적하신 법정스님

Buddhist priest Beobjeon passed away just a few months ago.

그의 시를 조용히 낭송해본다...

I recite his poem quietly...

그의 삶을 1% 따라하기도 참~ 어렵다고 느낀다...

I feel it is very difficult to follow just 1% of his life footsteps...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대하소설 '토지' 로 떠올려지던 박경리선생님이 떠나신지도 벌써 몇년째다.

It has been already several years that great writer Park Gyeong-Ri, who is always associated with the epic novel "Earth", passed away.

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늘어만가는 욕심이여...

Increasing greedy ownership without discarding...

 

 

 

 

 

 

정토사 입구

Entrance of Jeongto Temple

 

 

 

 

 

 

 문수 축구 경기장 앞 신호 받으면서...

Waiting for the traffic light in front of Munsoo Football Stadium...

멀리 보이는 산이 문수산입니다.

The mountain in the distance is Mt. Munsoo.

 

 

 

 

 

 

문수 경기장 호수

The Lake beside Munsoo Football Stadium

 

 

 

 

 

 

 눈이 마냥 좋은 바비~

My pet dog, Babi which is very happy with snow~

 

 

 

 

 

 

 웅장한 문수 축구 경기장

The Grand Munsoo Football Stadium

 

 

 

 

 

 

문수 경기장 호수의 오리배

Duck Boats on the Lake beside Munsoo Football Stadium

 

 

 

 

 

 

 

문수 수영장

Munsoo Swimming Pool

 

 

 

 

 

 

상안동 시골여행 칼국수집

The Restaurant in Sangan Dong which is featuring noodles cut out with a kitchen kn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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