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교 옆에 세워진 보행자 전용 다리~
Bridge for Pedestrians built beside Taewha Bridge
저녁 무렵 /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 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도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길 가는 자의 노래 / 류시화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삶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 김춘경
삶이 아름다운 것은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줄 수 있는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변치 않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흔들리는 바람 안고 가더라도
잔잔한 미소로 웃어 주기 때문입니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지치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움직임 없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험난한 세상풍파 몰고 가더라도
꿋꿋한 용기로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그리워 보고프면 기다려 주는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 퍼 담은 이 세상 그 곳에서
미어지는 가슴 눈물 안고 가더라도
담담한 사랑으로 웃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은
사랑하는 당신이 내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Trees / Joyce Kilmer
나무들 / 조이스 킬머
I think that I shall never see
A poem lovely as a tree.
나는 생각한다. 나무들처럼 사랑스런
시를 결코 볼 수 없으리라고.
A tree whose hungry mouth is press
Against the earth's sweet
flowing breast;
대지의 단물 흐르는 젖가슴에
굶주린 입술을 대고 있는 나무.
A tree that looks at God all day,
And lifts her leafy arms to pray;
온 종일 神을 우러러보며
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A tree that may in summer wear
A nest of robins in her hair;
여름엔 머리칼에다
붉은 방울새의 둥지를 치는 나무.
Upon whose bosom snow has lain;
Who intimately lives with rain.
그 가슴에 눈이 쌓이고
또 비와 함께 다정히 사는 나무.
Poems are made by fools like me,
But only God can make a tree.
詩는 나 같은 바보가 짓지만,
나무를 만드는 것은 오직 神일 뿐.
이 비 그치면 / 이호우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반대편에서 본 태화로터리 부근...
Area near Taewha Rotary on the Opposite Side
타워 아파트가 울산의 야경을 멋지게 바꾸었네요
Tower Apartments Has Changed Night Sight of Ulsan City into a Spectacle
광 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서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