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가을비가 내린 아침 문수산 산책

강안개 이대희 2010. 10. 9. 14:42

 

 운무에 덮여있는 문수산

 Mt. Munsoo wrapped with cloudy fog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개울을 뒤덮고있는 이름모를 예쁜 꽃들

nameless pretty flowers covering the stream

 

 

 

 

 

 

쉰 살 즈음에 / 임성춘

 

늙어 가는 것이 서러운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게 서럽다

내 나이 쉰 살

그 절반은 잠을 잤고

그 절반은 노동을 했으며

그 절반은 술을 마셨고

그 절반은 사랑을 했다

어느 밤

뒤척이다 일어나

내 쉰 살을 반추하며

거꾸로 세어 본다

쉰, 마흔 아홉, 마흔 여덟, 마흔 일곱 ...

아직 절반도 못 세었는데

눈물이 난다

내 나이 쉰 살

변하지 않은 건

생겨날 때 가져온

울어도 울어도

마르지 않는

눈물샘뿐이다

 

 

 

 

 

 

 

 

 

 

 

 

 

 

 

 

 

 

 

 

 

 

 

파 초

 

-김동명-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修女)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 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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